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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녹스', 한국에도 슈프림같은 브랜드가 있다.

칼럼🤏🏼 "경영취재"

by 피자커터 2022. 11. 2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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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랜드 MD, 무신사 사업기획을 거쳐 현재 스타벅스에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무신사 재직 시절, 편집샵 프로젝트에 참여했었어요. 국내외 수만개의 브랜드를 수집하고, 그 브랜드들이 어디까지 리테일링을 하는지 체크했었죠. 자세히 말하자면 29CM, 무신사, EQL, SSF 등의 국내 플랫폼과 SSENSE, YOOX, Farfetch 등에 있는 브랜드들을 모두 크롤링하고, 어느 브랜드가 요즘 주목받고 있는지 한 표로 정리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꽤 빡센 작업이었어요.

그 광활한 작업을 정리하며 문뜩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SUPREME 슈프림 같은 브랜드가 없나?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고, 리셀가가 2~3배 붙는 글로벌리딩 패션 브랜드 🙁 있긴 있는걸까?

패션 버티컬 플랫폼이었던만큼, 디스이즈네버댓, 아더에러 등 여러 후보군이 나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브랜드들이 세계 표준인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ver.최종의 최종의 최종 으로 두 가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젠틀몬스터, 그리고 헬리녹스 였습니다. 헬리녹스의 경우, 패션 브랜드로 분류할 수 있나? 라는 생각이 3초 정도 들기는 했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헬리녹스는 패션이 맞다. 라고 상호간에 합의를 했죠. 

오늘은 그리하여, 헬리녹스에 대해 서술해보려 합니다. 헬리녹스가 어떻게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었고, 슈프림처럼 오픈런과 리셀을 불러일으키는 영향력을 갖게 되었을지? 조사하면서 저도 흥미 진진했답니다. 

헬리녹스



헬리녹스의 첫 번째 힘은 기술력입니다.

스투시와 슈프림이 스케이트와 힙합 🦖 이라는 문화 베이스로 출발하고, 쿵쾅거리는 감성을 자극했던 것과 달리, 헬리녹스는 우직하게 기술력으로 고객에게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에 창업한 헬리녹스의 모회사는, 동아알루미늄(DAC) 이라는 회사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텐트폴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히든 챔피언 회사이지요. 저희가 알고있는 캠핑 브랜드 콜맨, 노스페이스, 몽벨 등의 브랜드는 모두 DAC의 텐트폴을 사용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술력만으로 글로벌 180여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까다로운 미 육군도 동아 알루미늄의 텐트폴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동아알루미늄은 여기에서 그친 게 아니라, 텐트 구조설계까지 했습니다. 텐트 뼈대설계 자체를 해서 완전 제작 방식으로 브랜드에 텅키 형태의 제품 납입을 한 겁니다. 그런데, 어느 날 DAC의 라제건 대표는 ODM 업체로서의 한계와 서러움을 느꼈다고 해요. 그래서 '헬리녹스' 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죠. 

동아 알루미늄 라제건 회장



헬리녹스의 첫 번째 글로벌 히트작은 체어원이었습니다. 체어원.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의자입니다. 정말 가볍고 간편하고 튼튼한 의자죠. 견고함과 가벼움이라는 모순적인 속성을 규합시킨 기술의 결정체입니다.

캠퍼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의자이자, 처음 구입하는 의자이기도 하죠. (저는 고민하다가 컬러감을 고려해 콜맨 coleman 의 의자를 구입했습니다만🙈) 

체어원은 1키로가 되지 않는 850g의 무게(LG gram보다 작은 무게지요?)로, 145kg의 중량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알루미늄 기술력덕에 가능했고, 오직 DAC만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입니다.

이렇게 동아알루미늄과 헬리녹스는 구매를 부를 수 밖에 없는, 자신만의 확실한 one thing 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체어원을 시작으로, 노나돔, 선셋체어 등의 히트작을 연속으로 내 놓으며, 헬리녹스는 자신의 위치를 굳건하게 만들어 갑니다. 

헬리녹스 체어원

 

헬리녹스 노나돔

 

헬리녹스 선셋체어


그런데 기술력만으로는... 고객에게 어필하기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브랜드를 만들고 컨셉팅한다는 것은 다른 얘기죠. 여기서 헬리녹스의 두 번째 성장 전략이 나옵니다. 

헬리녹스는 콜라보를 통해 브랜딩했습니다. 

슈프림, 스투시, 네이버후드. 이정도 브랜드만 들어도 와~ 가 나오죠. 국내 브랜드가 슈프림 SUPREME 이랑 콜라보를 해? 그런데 이런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뿐만이 아닙니다. BTS, 르망클래식, 루브르 박물관까지... 범주를 가리지 않습니다. 

물론 이 상품들은 대량 발주가 아닌 소량 발주로 이슈 메이킹과 브랜딩을 한다는 목적성만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리셀가가 한없이 붙기도 하죠. 

헬리녹스의 상품 라인업


특히 제가 주의깊게, 아니 감명깊게 봤던 콜라보 작품은 루브르박물관 과의 협업제품입니다. 이 상품의 탄생과정은 참 특이하고 멋집니다. 헬리녹스는 원래 루브르박물관과의 콜라보 제품을 만들 의도가 없었습니다. 단지! 🤠 제품을 후원했었어요. 

루브르박물관 유리 피라미드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시네마 파라디소 라는 행사의 의자를 제공했습니다. 총 1000개의 의자였구요. 루브르 박물관과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하얀색 메쉬 소재를 활용해 제작하였죠. 

헬리녹스 루브르박물관 시네마 파라디소
루브르 박물관 시네마 파라디소


이 체어에는 모두 각 열과 번호가 부착되었는데요. 이것을 본 헬리녹스 팬들의 요청이 생겼습니다. 바로 이 제품을 팔아주세요! 였죠. 이에, 헬리녹스는 저 1000개의 의자를 모두 수거해 상품화 하였죠. 멋지게 전용백까지 만들어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다른 좌석 번호가 달린 1000개의 한정판 제품으로 말이죠. 😀 정말 멋지죠?

헬리녹스 시네마 파라디소 파우치


협업도 협업이지만, 이렇게 고객에 응답하는 빠른 실행력이 헬리녹스를 이 자리까지 오게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되네요. 퍼포먼스 광고나 멋진 온라인 스토어 없이도 200억대의 매출을 만들어내는 힘! 인거죠. 
(한편, 헬리녹스의 온라인 스토어는 아무리봐도 너무 아쉽습니다ㅜㅜ 들어가보시면 아시겠지만 너무 평범하고 단순한.. 😞)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헬리녹스는 중요한 우선순위에 집중할 줄 아는 브랜드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품 면에서도 라인업을 크게 늘리지 않고, 최고의 작품 (체어원, 노나돔 같은) 과 같은 제품을 만들어 컬러 베리에이션을 주는 형태로 운영을 하고 있구요. 
마케팅 측면에서도 쓸데없는 것은 배제하고, 제대로된 콜라보와 유튜브 채널만 운영하구요. 
매장 확장의 경우에도 무리하지 않고, 몽벨이나 엔보트 같은 편집샵에 의뢰하죠. 
(다만 아직도 온라인 스토어는 아쉽습니다... ㅋㅋㅋ.... ㅜ)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라이프스타일 캠핑 브랜드 헬리녹스.
아직 아쉬운 측면이 많이 남은만큼, 더 멋진 모습으로 내년, 내후년 더더욱 성장하길 바랍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칼퇴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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